이 후보는 23일 청와대 실세의 ‘경선 개입설’을 제기하면서도 “옳지 못한 주장과 행동에단호히 맞서 싸우겠지만, 결코 이 신성한 국민 경선의 판이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후보 사퇴설이나 탈당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또 24일 강원 경선 연설에서는 아예 음모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일단 충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2위인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배 이상 앞선 만큼 경남 경선까지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 음모론이 중대 결심설로 이어지면서 “판을 깨려 한다”는 비판의 역풍(逆風)을 초래했다는 자체 진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대 결심설의 여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주 중반 이 후보는 핵심 측근을 충남 온양으로 심야에 소집하는 등 극도로 격앙돼 있었던 게 사실. 측근들로부터는 후보를 중도 사퇴한 후 ‘미국행’을 검토하자는 강경 주장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경남 전북 경선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이 같은 강경대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 후보 캠프 안팎의 중론이다.
이 후보 경선대책본부 대변인인 전용학(田溶鶴) 의원도 “이 후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경선 개입 의혹에 대해) 당과 청와대에 해명을 촉구한 바 있기 때문에 당의 조치와 해명을 기다려 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