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특보는 이번 방북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남북 장관급회담 및 이산가족상봉 재개 등 남북간 현안은 물론 남북의 총리급 인사가 각각 아리랑축전(4월29일∼6월29일)과 월드컵대회(5월31일∼6월30일)를 교차 참관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25일 “남과 북은 우리측 대통령 특사의 평양 방문에 합의했다”며 “이번 특사 방문이 정체국면의 남북관계를 타개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북측에 △한반도 긴장조성 예방 △6·15 공동선언 준수 △남북간 합의사항 이행 등 3가지 의제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김 대통령의 특사가 4월초 평양을 방문해 민족 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와 서로 관심하는 북남관계 문제들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임동원 특보는 “(북-미간 현안인) 핵과 미사일문제 등에 대해서도 우리가 보는 시각을 전달하고 좋은 해결을 할 필요가 있다는 김 대통령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며 “북측 최고당국자(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을 듣고 김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조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임 특보의 방북 때 국방부 당국자를 수행원에 포함시켜 남북 군사당국자 간에 경의선 연결에 대한 군사실무회담 합의서에 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임 특보의 방북에 앞서 북한에 비료 20만t을 지원하고, 식량 30만t 지원을 위한 차관 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인도적인 대북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임 특보의 방북합의 발표에 앞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에 남북간 합의사항을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고이즈미-파월 “남북대화 환영”▼
정부는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 발표에 앞서 미국 측에는 사전에 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양국 간에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면서 “미 측은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임 특보 방북 발표에 대해 “정말 고무적인 사건”이라고 말했으며 조앤 프로코포비츠 미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은 남북대화를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이날 기자들에게 “남북대화의 진전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22일 한일 정상회담 때 (임 특보의 방북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그때 가능하면 북한이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에 대해 성의 있게 나서도록 북한 측에 전달해줄 것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털어놓았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