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林특사, 北에 할 말 해야 한다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47분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다음주 특사자격 방북(訪北) 소식을 접하는 우리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된다.

임 특사의 방북으로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가 개선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특히 ‘2003년 한반도 안보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기류에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임 특사가 이번에도 예전처럼 북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차라리 가지 않은 것만 못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부의 햇볕정책은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化)’, 다시 말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주변의 모든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발상을 내면에 깔고 있으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그 최대 성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국제역학관계상 처음부터 어려운 것이었으며 작년 초 미 행정부가 바뀐 이래 급격하게 힘을 잃어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가 그런 집권 초기의 대북 인식 및 접근법을 주변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번 특사 발표에서도 감지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대북 전략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 분명해진 사실이다. 그런 터에 정부가 또다시 전과 똑같은 논리로 대북 접촉에 나선다면 북측에 이용만 당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임 특사는 이번만큼은 북측에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급한 쪽은 봄철 비료가 필요하고 아리랑축전에서 남측 협력이 절실한 북측이지 우리가 아니다. 우리로선 북측에 줄 것을 주면서도 거기에 상응하는 우리측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핵사찰과 대량살상무기 등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현안들을 포함해 북측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우리가 주문할 핵심 내용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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