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李仁濟)-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양강(兩强)구도 속에서 나름대로 선전하면서 3위를 지켜온 김 후보의 중도하차는 민주당 안팎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김 후보 자신은 이미 17일 대전 경선 직후부터 진퇴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대전 경선에서 81표(6.1%)의 득표에 그친 뒤 김 후보는 “아예 무조직 선언을 할까”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 이에 앞서 16일 광주 경선에서도 득표율이 9.4%로 나타나자 김 후보는 “한화갑(韓和甲) 고문 이상으로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특히 광주 경선 결과와 관련해 김 후보 진영은 호남의 ‘표심’이 동서화합후보 경쟁을 벌여온 노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7%의 득표를 한 강원 경선결과도 김 후보의 출신지역인 경북 울진이 본래 강원도였던 점 등에 비춰 김 후보로서는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다 조직과 자금이 달리는 상황도 버거웠고, 양강구도 속에서 자칫 연고지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마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깊은 정치적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경선 포기 결정에 크게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김 후보가 후보사퇴 선언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 요지.
-광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영호남이 화합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남후보로서 광주의 지지를 거의 못 받았다.”
-사퇴 후 누구를 지지하나.
“선거인단의 뜻에 달린 문제다.”
-배후론과 음모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말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대구 경북에선 오히려 (김 후보의) 몰표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몰표를 얻겠지만, 결국 지역구도만 심해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