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김 후보가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하자 ‘노무현(盧武鉉) 돌풍’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던 이 후보 측은 곧바로 위기감에 휩싸였다. 김 후보의 사퇴로 이미 대세가 노 후보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판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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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측은 영남권에서 치러지는 경선 중반전에서 ‘노풍’을 최대한 차단하고 종반전인 수도권 경선에서 대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으나 김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노 후보에게 ‘영남 싹쓸이’를 당할지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된 셈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이 후보 진영 내에서는 중도사퇴하자는 강경론과 끝까지 경선에 임하자는 온건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이다.
경선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97년 신한국당 경선 결과에 불복한 데 이어 이번에도 경선의 판을 깨고 중도사퇴할 경우 이 후보의 정치생명은 끝장날 것이라는 논거 아래 주로 현역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세가 기울었고 끝까지 경선에 가더라도 노 후보에게 완패할 경우 중도사퇴에 못지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않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한 뒤 정계개편 등 향후 유동화가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의 사퇴로 이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음모론이 완전히 드러난 만큼 청와대와 당에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경선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는 초강경론도 캠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직 이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중도사퇴의 길을 선택할 때에는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새로운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민주당으로서는 국민경선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려 했던 의도가 차질을 빚을 것이며 노풍 역시 일정 부분 확산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노무현 돌풍에 휩싸여 주춤하던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추진 작업에도 새로운 추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제 이 후보 진영 일각에서는 벌써 다자구도론에 근거한 신당 창당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설사 이 후보가 중도사퇴를 포기하고 경선에 계속 임한다 해도 파란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민주당 경선은 순탄한 궤도에서 이탈해 가는 느낌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