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관광 4억달러 군사용 전용”

  • 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07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주한 미군사령부는 북한이 98년부터 금강산관광사업의 대가로 받은 현금 4억달러를 군사용으로 전용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5일 밝혔다.

CRS는 5일 의회에 제출한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측이 비밀리에 제공한 것을 포함하면 사업대금은 8억달러에 근접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CIA가 이 같은 내용의 메모를 작년 2월 한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금강산관광사업을 햇볕정책의 주요 업적으로 꼽아온 한국측은 이 사업을 재정지원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미 정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 가운데 남북 철도 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의 내용은 지지하지만 북한의 테러 지원국 명단 제외와 같은 사안에 대해선 유보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또 김 대통령이 제의한 한국-북한-미국-중국간 4자 회담을 재개해 정전 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의 협상 기회로 활용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CRS에 따르면 미국은 재래식 전력 감축 및 군 병력 후방 배치에 관한 조항이 없는 평화협정은 잘못된 안보관을 심어주고 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나 정치적 지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출범 전부터 재래식전력을 대북 외교의 주요 이슈로 삼을 것이라고 밝혀온 부시 행정부는 이를 꺼리는 한국측 때문에 재래식전력 협상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국 관리들은 재래식전력 협상이 2003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 대통령의 목표를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대 ‘자금 비밀제공’ 부인▼

한편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관광사업이 시작된 1998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북한 측에 관광대가로 약 4억달러를 공식 지불했다”면서 “그러나 이 밖에 북측에 비밀리에 제공한 자금은 한푼도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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