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후보가 경선에 복귀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경선이 입은 상처는 쉬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는 평을 들어왔던 국민참여경선제에 대한 국민의 흥미와 관심이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으로는 경선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이 후보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약세(弱勢)를 드러낸 이상 이전과 같은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의 여파로 후보가 최종 결정되더라도 승자든 패자든 흔쾌하게 동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점도 후환(後患)거리가 될 수 있다. 당내에선 “이런 상황에서 경선을 끌고가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전도도 밝지 않다. 국민경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당내의 따가운 시선부터가 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음모론의 여파는 선거인단, 특히 당원 및 대의원 선거인단의 ‘표심(票心)’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의 예측대로 경남과 전북 경선에서 종합 1위 자리를 노 후보에게 내 줄 경우 이 후보로서는 경선을 계속 할 것인지 또 한 차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맥 빠진 경선’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일 수 있다.
이 후보가 ‘음모론’을 완전히 접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향후 경선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경선은 계속 하지만 강공(强攻) 기조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음모론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계속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단순히 노 후보를 위한 들러리로서 경선에 참여하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노 후보로서도 찜찜한 상황에서 경선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도전자에서 ‘경선관리자로 위치가 바뀜으로써 그만큼 경선 성공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졌다고 할 수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