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측은 실제로 서울 여의도에 있는 두 곳의 사무실 중 한 곳을 폐쇄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현역의원 중심으로 꾸렸던 경선대책본부도 해체했고, 전국 각 지역의 조직책들도 이미 철수시켰다. 사실상 조직선거를 포기한 것이라는 게 이 후보측 설명이다.
이 후보는 ‘노무현(盧武鉉) 돌풍’으로 이미 ‘이인제 대세론’이 뒤집힌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명분상 경선에 계속 참여할 수밖에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굳이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후보 진영은 돈도 떨어지고, 조직도 흔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전략적 고려도 바탕에 깔려 있다. 우선 동교동계의 꼬리를 잘라내고, ‘노풍 음모론’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해 나간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이 후보측은 30일 경남지역 경선에서 ‘호남과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는 후보는 이인제가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그 귀추를 지켜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문답 요지.
-경선 참여로 선회한 이유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이 분출하고 있다.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
-좌경화에 대한 우려는 노 후보를 지칭한 것인가.
“우리 당은 온건한 진보세력, 건강한 보수세력을 묶어내는 중도통합의 정당이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노선은 당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나라 발전을 위해서도 안 된다. 특정후보 지칭 여부는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겠다.”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그 배후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특보가 있다는 구체적 증거나 움직임이 있나.
“어느 후보는 후보가 되더라도 후보직을 내놓고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했다. 일개 후보 자격으로 그런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나. 그 배후엔 큰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동교동계의 지원을 거부하나.
“특정세력에 의지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노 후보는 정계개편을 거론하고 있는데….
“모든 것을 흐트러뜨리고 자기 생각에 맞게 바꾼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
-경선에 끝까지 참여하나.
“중도개혁 노선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