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노 후보 측이 기대했던 것(65%)보다 높은 이 같은 득표율은 대전 충남 경선에서 이 후보에게 각각 67.5%와 73.7%의 표를 몰아준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경남에서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을 선거인단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이 후보 측 조직표의 이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3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연고가 없는 경남에서 비교적 선전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 후보로서는 이 후보와 노 후보가 거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쪽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자제를 촉구한 ‘틈새 전략’이 주효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어쨌든 노 후보로서는 경남 경선에서 영남권 득표력을 확인함으로써 본선 경쟁력 우위론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경남 경선 결과로 이 후보와 노 후보의 누적표차는 1690표에서 단숨에 445표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5, 6, 7일 대구 인천 경북에서의 3연전이 대세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6개 지역 중 9번째 경선지역인 대구의 표심이 이후 경선 후반전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노 후보가 대구 인천 경북에서 우세를 이어갈 경우 이 후보로서는 전체 선거인단의 38%가 밀집한 서울과 경기에서의 막판 승부가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후보 측은 대구 경북 경선에서 ‘노무현 바람’을 최대한 저지하고 충청권 출신이 많은 6일의 인천 경선과 13일의 충북 경선에서 국면을 반전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남 경선에선 투표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져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지역이 민주당 취약지이고, 지역적으로 넓어 선거인단 이동이 불편하며, 본격적인 행락철이 시작된 것 등을 투표율 저하요인을 꼽으면서도 이 후보와 노 후보의 격렬한 이념공방 또한 경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당 선관위 관계자는 “지역별로 확정된 선거인단에 전화를 하거나 우편물 등을 보내 적극적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익산〓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민주당 경남 지역 경선 결과 | |||
순위 | 후보 | 누적득표수(득표율) | 경남 득표수(득표율/순위) |
1위 | 이인제 | 4302표(49.2%) | 468표(19.7%) ② |
2위 | 노무현 | 3857표(44.1%) | 1713표(72.2%) ① |
3위 | 정동영 | 584표(6.7%) | 191표(8.1%) ③ |
총 계 | 8743표 | 2372표 |
민주당 국민경선 후보별 누적지지율 변동 추이 (단위:%) | |||
구분 | 노무현 | 정동영 | 이인제 |
제주 | 30.7 | 27.0 | 42.3 |
(제주+) 울산 | 42.6 | 17.7 | 39.7 |
(제주+울산+) 광주 | 47.7 | 10.8 | 41.5 |
(제주+울산+광주+) 대전 | 37.5 | 8.6 | 53.9 |
(제주+울산+광주+대전+) 충남 | 30.0 | 6.4 | 63.6 |
(제주+울산+광주+대전+충남+) 강원 | 33.7 | 6.1 | 60.2 |
(제주+울산+광주+대전+충남+강원+) 경남 | 44.1 | 6.7 | 49.2 |
▼이인제, “좌파후보 선택 안돼”▼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30일 경남지역 경선 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으나 무거운 표정이었다.
-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앞으로 선거 전략은….
“과거에는 독재 대 반독재 구도와 지역주의로 대선을 치렀으나 이제는 후보의 이념과 정책 역량 비전 등을 놓고 선택하게 됐다.”
-‘색깔론’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억지다. 색깔론이란 과거 독재자의 정적(政敵)에 대한 용공시비를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념은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 상대후보의 급진 과격 좌파성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노무현, “TV 정책토론 용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30일 경남지역 경선에서 압승한 뒤 “지역정서로만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념공방에서 비켜선 것 같은데….
“전제된 사실들이 부분적으로 선별된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객관성이 부족하다. 하나하나 해명이 가능하지 않으며,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경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노 후보를 비방하는 흑색선전물이 나도는데….
“재탕 삼탕한 내용이다.”
-이인제 후보가 제의한 TV 정책토론에 응할 생각인가.
“방송사에서 주제를 주면 그걸 갖고 하면 될 것이다.”
마산〓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