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는 2일 밤 열린 KBS 대구방송 총국과 TBC 합동 토론에서도 공기업 민영화와 김대중(金大中) 정부 평가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에 앞서 이 후보 진영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불법선거운동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파상적 공세를 펼쳤고, 노 후보측은 “구태의연한 음해수법”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인제측 공세〓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노사모의 사무실만 해도 여의도 중앙사무실을 비롯, 성남 부천 고양 전주 춘천 광주 청주 여수 등 수십개에 이른다”며 “이는 당내 경선규정뿐만 아니라 현행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노사모 회원들이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노 후보를 지지하라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OO인제’란 ID의 협박 e메일을 공개했다.
이 e메일에는 “노무현 후보님의 정계개편시에 의원님은 같은 민주당이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으심이 의원님의 의원직 유지에 크나큰 도움이 됨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 특보는 이와 함께 “노 후보가 79년 아들(당시 6세)과 딸(당시 4세)의 이름을 쉽게 고치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인 부산에서 밀양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무현측 반박〓노사모 명계남(明桂南)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사무실은 보증금 682만원에 월 68만2000원씩의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있고, 전주와 춘천은 회원 사무실을 잠시 사용한 적이 있으나 청주 여수 안양은 사무실이 없다”고 해명한 뒤 “막대한 운영자금 운운하는 것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협박 e메일에 대해서도 “공개된 게시판에 하루에도 수천개의 글이 올라온다. 여기에는 회원도 있고, 비회원도 있고, 회원을 가장한 세력도 있다”며 “노사모 회원 중에는 협박 e메일을 보냈다고 이 후보측이 제시한 ‘OO인제’라는 ID 사용자는 없다”고 반박했다.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서는 노 후보가 “아들 이름은 ‘신걸’인데, ‘싱글 벙글’이라고 놀림 받고, 딸 이름은 ‘자연’으로 지었는데, 어른들이 ‘이름이 그게 뭐냐’며 개명하라고 해서 개명했다”고 직접 해명했다.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당시 부산에는 개명 신청자들이 밀려 있어 아들 딸의 개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산한 밀양으로 전입했다”고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 공방〓이 후보는 이날 경북지역 지구당을 순회 방문한 자리에서 “노 후보가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다”며 노 후보를 ‘좌파’로 계속 몰아세웠다.
그는 “발전노조 파업 때문에 나라가 뒤집어지게 됐는데, 이런 후보(노 후보)가 파업현장에 가서 과연 뭐라고 하겠느냐”며 “이런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보혁구도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우리는 필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책노선을 분명히 해야 하며 과거에 말한 것을 상황논리에 따라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인천지역 순회에 나선 노 후보는 “나는 일반적인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다만 발전 가스 전력 철도 네트워크 산업은 선진국에도 성공과 실패 사례가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일뿐”이라고 자신의 기본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밤 대구 TV토론에서도 “공기업의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유럽의 좌파정당도 한때 철도 등을 국유화를 했다가 지금은 모두 정책을 바꿨다”며 노 후보를 간접 공격했다. 그는 “근로자의 일시적 고용불안 문제가 있지만 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 후보는 “나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소 하나가 2조원가량에 달하는데 이를 인수할 능력이 있는 것은 재벌이나 외국기업이고, 요금 인상의 문제 등이 생긴다”며 “민영화를 하더라도 그럼 점은 따져보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구〓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인천〓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