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일방적 의혹제기-盧 무시일변 대응’ 당내 비판

  • 입력 2002년 4월 2일 18시 46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간의 공방태도에 당내 비판이 함께 쏠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측의 ‘근거가 빈약한 일방적 의혹제기’도 문제지만 구체적인 설명보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수법’이라며 무시일변도로 나가는 노 후보측의 대응 태도도 문제라는 양비론(兩非論)이 주류다.

▽이 후보측의 ‘아니면 말고’ 공세〓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TV토론에서 “2월 19일, 27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특보를 만난 적 있느냐”고 노 후보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노 후보가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제시하면 우리도 알리바이를 대겠다”고 역공을 가하자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또 이 후보측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는 지난달 “노 후보의 팬클럽인 ‘노사모’ 회원 270명이 대전 경선(17일) 때 고급호텔에서 묵었는데, 그 비용이 어디서 났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노사모측이 ‘25명만 여관에서 묵었다’며 근거 자료를 제시하자 입을 다물었다.

김 특보는 1일에도 “노 후보가 부인에게 사준 5억원 상당의 호화 빌라에 대한 의혹을 밝히라”고 공세를 가했으나 당내에서는 “노 후보가 살고 있고, 44평의 빌라를 호화라고는 할 수 없지 않으냐”는 노 후보측의 반론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노 후보측의 ‘꼬리 빼기’ 답변〓노 후보측은 이 후보측의 공세에 대해 “본선에 대비하는 자세로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과거의 과격 발언이나 정책관 변화 등 검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북지역 TV토론에서는 “88년 현대중공업 파업사태때 ‘악법은 법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상황과 장소에 따른 장(場)의 논리가 있지 않느냐”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또 88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벌주식의 노동자 분배를 주장한 발언이 문제됐을 때도 “역설적 비유였다”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노 후보측은 “이 후보의 공세가 노 후보의 지지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하고 있으나 당내에선 무책임한 자세란 비판이 적지 않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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