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 쉽지 않은 회담 =임 특보는 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북측이 빠른 시일내 미국 일본과 대화하고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북측은 핵사찰 문제 등과 관련해 경수로 건설 지연에따른 미국측 책임론을 펴면서 임 특보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등 견해차이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임 특보는 이어 남북간에 합의되고도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즉 경의선 철도연결,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활성화, 개성공단 조성, 군사적 신뢰 구축 등 5대 과제 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지만 북측은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썩 쉽지 않았다. 의견차이가 있었다 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북 일정=남북은 임 특보와 김용순 비서의 1차 회담이 끝난 뒤에도 저녁 늦게까지 실무 접촉을 갖고 입장 조율을 계속했다.
임 특사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4일 오후 늦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임 특보의 방북에 맞춰 아리랑축전 특별 공연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 특보와 김 위원장 면담은 관람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북측이 임 특보에게 특별공연 관람을 제의하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전용 3호기 편으로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임 특보 일행은 김완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부위원장으로부터 영접을 받았다.
임 특보는 곧바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이동, 림동옥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환영을 받았다. 림 부위원장은 1978년부터 대남업무를 시작해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까지 올랐으며 2000년 9월 김용순 특사의 서울 방문 때도 동행하는 등 모든 회담에 빠짐없이 배석해 '얼굴없는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북한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8시 정규 뉴스 시간에 임 특보의 평양도착 소식을 보도했다.
▽대통령 친서=임 특보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할 김 대통령의 친서는 이번 특사 방북의 의미와 역할, 대북 메시지 등을 압축해 놓은 것. 그러나 친서에 그다지 파격적인 내용이 담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친서 역시 일종의 외교문서 이기 때문에 당장 공개되지는 않더라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친서에는 격식을 갖춘 인사와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이 담긴 정도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남북관계에 관한 한 김 대통령의 '복심(腹心)'과 다름없는 임 특보가 가는 상황에서 친서에 모든 것을 담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한 관계자는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이다"며 "김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실무진이 올린 친서를 검토했는데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원고를 김 대통령이 직접 다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친서는 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