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자리매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수의 기조 위에서 개방적이고 개혁적이며 국민을 위한 따뜻한 정책을 펼치겠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인권은 양보 없이 지키고, 남북관계는 전략과 원칙이 있는 포용정책을 견지할 것이다.”
-오늘 아침 고려대 초청 강연에서 볼셰비키와 나치의 출현을 언급한 의미는 무엇인가.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진정한 마음과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변화의 큰 흐름이 그릇된 감각과 역사 인식에 의해 잘못될 수 있다.”
-최병렬(崔秉烈) 전 부총재의 경선 출마를 만류한 것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최 전 부총재는 당을 이끌 유용한 인재로 봤고 그렇게 해주길 바랐으나 본인은 나와 겨루는 쪽에 뜻을 두고 있었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빌라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또 당내 문제가 겹쳤다. 이제 내 지지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한다. 나는 솔직하게 살아왔고 도덕적 측면에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왔다.”
-이부영(李富榮) 전 부총재가 후보교체론을 언급했는데….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선택한다. 지지도가 달라졌다고 후보교체론을 말하는 것은 97년 대선 때 한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뛰쳐나간 것과 다를 바 없다.”
-버린다고 한 기득권이란 무엇인가.
“총재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년 동안 총재로 있으면서 정권의 탄압과 분열 공작에 노심초사했다. 이제 모든 것을 털어내고 평지에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할 것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아침 고려대 정경대 교우회 초청강연에 참석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로 △법과 원칙 체계 구축 △깨끗한 정부 구현 △시장경제 질서 확립 △고성장 정책 지속 △건전한 남북관계 정립 등 다섯가지를 꼽았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가족문제 중상모략 말못할 고통”▼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3일 ‘빌라 파문’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시중의 소문에 대해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가족들에 대한 각종 루머에 대해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고 더러운 정쟁(政爭)의 한 방법이다.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참으로 겪기 힘든 고통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비디오니 마약이니, 심지어는 내가 일본여자와의 사이에서 난 사생아라는 얘기도 한다”며 “진실이 밝혀지면 일시 흔들렸던 국민이 (나를) 다시 보게 될 것이고, 이회창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재는 “지지도 하락의 원인은 빌라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밝힌 뒤 “오늘 (새 집을) 계약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55평형 아파트를 계약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회견 직후 월세 500만원의 계약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이 전 총재는 이 아파트를 포기하고 다른 단독주택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