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노무현 언론관 공방

  • 입력 2002년 4월 4일 18시 11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 측은 4일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메이저(주요) 신문 국유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노 후보 측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작이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밤 MBC TV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 기자가 찾아와 보도된 내용(국유화 관련 발언)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그 자리에 참석했던 5명의 기자가 대부분 일치된 이야기를 했다. 노 후보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 후보가 “(그런 말을) 안 했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그럼 이를 공개한 제 특보를 고발하라. 고발하면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다시 다그쳤다. 이에 노 후보는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응수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 측의 김윤수(金允秀) 특보는 노 후보가 지난해 8월 1일 중앙언론사 기자 5명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메이저 신문 국유화’ 발언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언론을 국유화하겠다는 발상은 공산국가도 포기한 노선이다”고 비난했다.

반면 노 후보 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국유화는) 상식에 어긋나고 가능한 방법도 아니다. 독재자가 국유화를 하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고 반박하면서 “(이 후보측의 폭로는) 한나라당 보다 지저분한 정치이다”며 흥분했다.

그는 “노 후보의 언론에 대한 입장은 ‘언론도 정도를 가면 되고 정치인과 정부도 정도를 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간섭할 일이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의 폭로소식을 전해들은 노 후보는 “왜 이 후보측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생각해 봐라. 언론이 정말 걸러줬으면 좋겠다. 경선이 심각하게 위험한 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李측 “盧,16대총선서 원없이 돈썼다고 밝혀”

盧측 “다른 때보다 많이 썼다는 얘기일 뿐”▼

김윤수 특보는 4일 “노무현 후보가 지난해 12월 20여명의 기자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본인이 선거에 여러 번 출마했는데 법적 선거비용을 2배가량 초과 지출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자금사용 내용과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김 특보에 따르면 당시 노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해 원도 한도 없이 돈을 썼다. 얼마나 썼는지 모른다. 컴퓨터에 유권자들의 성향을 ○ × 표시하며 돈을 썼다”고 말했다는 것. 이 같은 노 후보의 발언 당시 동아일보 기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이에 노 후보는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꾸할 가치가 없다. (부산 선거에서) 다른 때보다 많이 썼다는 얘기였다”며 “조직과 돈으로 하면 이인제 후보가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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