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념' 회오리]保革대결인가…盧風차단인가

  • 입력 2002년 4월 4일 18시 23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노무현(盧武鉉) 후보간의 대선후보 경선전에서 시작된 이념공방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이부영(李富榮) 예비후보간, 그리고 한나라당과 청와대간으로 확산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좌파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더구나 이념논쟁이 일단 대선정국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이상 단순히 한때의 공방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념논쟁이 급기야 ‘좌파 논쟁’으로 가열된 배경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3김 시대에 잠복해 있던 한국 사회의 이념적 다양성이 3김의 퇴진으로 불가피하게 노정됐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노무현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인 정치 공방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정치학자들은 이념 공방이 꼭 무익한 대결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야의 정책이나 각 후보의 시각을 검증할 수 있게 돼 유권자들이 바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치학자들은 이념공방이 인신공격이나 상대방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공세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정책 대결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앙대 장훈(張勳) 교수는 “예를 들어 한미(韓美)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이나 남북한의 화해 증진 방안, 복지 확대와 조세 증감의 조화, 여성을 비롯한 소수 소외세력 배려 방안 등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에 대한 대안을 서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이념 대결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념 대결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말싸움에 그칠 뿐 실제 유권자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시대 조류가 좌우익 대결에서 벗어난 상태여서 이념 공방 자체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 교수는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제3의 길을 찾는 등 이념대결의 시대를 넘어선지 오래여서 정치권의 이념 공방이 일반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바는 많지 않을 것이다”며 “국민의 행복을 궁극적으로 극대화하는 방안이 중요하지 그 방안이 좌파적이냐 우파적이냐는 큰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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