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신문사도 세금 낼) 돈이 없으면 문닫는 거지, 신문사라고 별 수 있나’라고 말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사라고 해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그의 측근들은 설명했지만 언론사를 폐간시킬 정도의 세무조사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그의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그는 평소 “언론사가 정부의 특혜를 받지 않을수록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보장되는 것이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세무조사가 언론에 대한 ‘의도된 타격’이었음이 각종 증언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부가 공공성이 강한 금융기관 등이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적 혼란이나 피해를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언론사 폐간’을 그처럼 쉽게 말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언론은 언론의 정도(正道)를 가고 정치인과 정부는 각각의 정도를 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고 말했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과연 정도였는지에 대해 먼저 대답해야 한다.
그는 또 ‘수구언론 조선일보와 싸우는 것은 민주화 운동’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자신의 대언론 투쟁을 시대적 사명 내지 과제로 여기고 있다. 노 후보의 홈페이지에는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에 굴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는 지지자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백건씩 올라온다.
그러나 동서통합과 국민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노 후보가 일부 언론과 적대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을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그의 원칙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그의 포부가 적어도 언론관에서는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