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언론관 파장]노무현 '폐간 발언' 말바꾸기

  • 입력 2002년 4월 7일 18시 26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동아일보 폐간’ 및 ‘대주주 퇴진’ 등의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처음 이 문제가 제기된 4일 이후 수시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 의문만 커지고 있다.

또 노 후보는 지난해 8월1일 일부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언론관련 발언과 관련, 7일 ‘최근 언론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이라는 공식 해명자료를 냈으나 일부 내용은 당시 참석기자들의 진술과 차이가 있고 일부 사항은 설명이 불충분하다.

노 후보는 이인제(李仁濟) 후보 측의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가 처음 이를 제기한 4일 오후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아일보 폐간 발언과 관련, “어떻게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동아일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당시 술자리에 배석했던 노 후보 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도 “상상할 수 없는 얘기다. 조작을 하더라도 비슷하게 조작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술자리에 참석한 일부 기자가 5일 “동아일보 폐간 얘기를 하긴 했는데, 무게를 싣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며 발언 사실을 확인하면서 노 후보는 그 같은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는 태도로 한발 물러섰다.

노 후보는 이날 저녁 경인방송(iTV) 합동토론에서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내가 100% 확신하지 못하고 술을 먹고 어쩌면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망설이고 있는데, 나는 그런 사고구조를 갖고 있지 않아 기억을 더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일 오후 인천 경선 합동연설에서 노 후보는 “대통령이라 해도 언론사를 폐간할 수는 없다”며 이를 부인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어 7일 배포한 ‘최근 언론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이라는 문건에서는 “어느 기자가 ‘동아일보가 수백억원의 세금 추징을 당하면 문닫는 것 아니냐’고 물어 ‘돈 없으면 문 닫는 거지. 신문사라고 별 수 있나. 그런데 동아는 참 아까운 신문이다. 기자들이 인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기자가 ‘동아일보가 폐간되면 조선일보만 좋은 일 생긴다’고 말했다”고 밝혀 ‘폐간’이라는 표현은 자신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참석 기자의 입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참석기자 가운데 누군가 동아일보 국유화니 폐간이니 사주퇴출이니 하는 식으로 왜곡 과장된 정보보고를 했다”며 발언파문의 원인을 기자들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기자들의 설명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모임에 있었던 한겨레신문 기자는 6일자 기사를 통해 “(노 후보가) ‘사주가 퇴진해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폐간’이라는 표현도 했으나 참석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 ‘진담이냐’고 묻자 농담으로 웃어넘겼다”고 증언했다.

참석기자 중 한 사람인 대한매일 기자도 기사를 통해 “‘폐간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들은 것 같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기자도 비슷한 뉘앙스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후보 측은 “동아일보 폐간도 홧김에 말한 게 아니다. 일부 기자들도 ‘동아일보 폐간은 틀림없이 말한 것 같다’고 한다”며 “우리 쪽이 거짓말을 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노 후보를 압박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동아일보 폐간 관련 발언 일지
일시발언자발언내용
4월4일이인제후보측
김윤수특보
“노무현후보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동아일보를 폐간시키겠다’고 발언했다”
노무현 후보“어떻게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동아일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4월5일노무현 후보“인간의 기억이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술먹고 했을 수도 있다고 해서 (적극적인 해명을) 망설이고 있다”
4월6일한겨레 신문 기자“(노 후보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사주가 퇴진해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폐간’이란 표현도 했으나 ‘진담이냐’고 묻자 농담으로 웃어넘겼다”
4월7일노무현 후보“참석기자 가운데 누군가 동아일보 국유화니 폐간이니 사주퇴출이니 하는 식으로 왜곡 과장된 정보보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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