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언론관 파장]盧-李 주말 경선장서 격돌

  • 입력 2002년 4월 7일 23시 25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6일과 7일 잇따라 치러진 인천과 경북 경선에서 언론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맞섰다.

노 후보는 6일 인천 경선 합동연설에서 “언론을 권력으로 흔들 생각도 하지 않지만 언론에 굴복하지도 않겠다”며 정면돌파하기로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먼저 “언론국유화나 신문사 폐간은 어떤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갖고 어떻게 이렇게 모략할 수가 있느냐”고 흥분했다.

노 후보는 이날 동아 조선 두 신문을 거론하며 이 같은 주장을 폈으나 7일 포항에서 열린 경북 경선 합동연설에서는 조선일보를 두 차례 비난한 반면 동아일보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반면 이 후보는 경북 합동연설에서 “(국유화 및 폐간 발언에 대해) 3명의 기자가 확인했다. 노 후보는 이 자리에서 확실히 밝혀야 한다. 거짓말을 했다면 더 큰 일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거짓말을 하다 대통령직을 내놓았다”며 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폈다.

이 후보 측은 또 보도자료를 통해 “노 후보는 일부 언론의 국유화 및 동아일보 사주 퇴진, 동아일보 폐간 등의 발언에 대해 당초에는 ‘조작’이라고 잡아떼더니 오늘은 ‘술자리의 가벼운 방담 수준’이라며 일부 사실만 시인하고 있다”며 “거짓말로 국면을 호도하려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두 후보는 경북 합동연설에서 노 후보의 좌익경력 문제를 놓고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은 냉전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수백만명이 공산주의와 싸우다 죽었다. 아직도 그 일가족이 많고, 유가족도 위로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부부는 그 순수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영국 에드워드 8세가 심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내놓았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노 후보는 “내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다. 실명(失明)하셔서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 아내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 그런 것을 알고 결혼했고, 아들 딸 잘 낳아서 군대 보내고 성실하게 잘 살고 있다. 이런 아내를 내가 버려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한편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들의 공방의 품격에 문제가 있다. 죽기살기 식으로 싸우면 경선이 끝나도 한 덩어리가 될 수 없다. 판을 깨는 후보는 용서받을 수 없다”며 두 후보 간의 감정싸움 중단을 촉구했다.

포항〓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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