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날 대통령의 세 아들과 아태재단 비리 의혹 진상규명에 당력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현 정권의 도덕성을 집중 공략함과 동시에 이를 계기로 국민 지지도를 올려보겠다는 양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외위원장 연석회의(15일)와 상임위원장 및 간사 연석회의(16일), 당보 가두배포(17일), 1만명이 참가하는 부패정권 청산대회(19일) 등 이번 주 주요 일정은 물론 이날의 대변인실 논평도 온통 이 문제에 집중됐다.
대변인실은 세 아들 등 친인척 11명과 아태재단 전현직 간부 6명의 비리 의혹 내용을 정리한 ‘DJ 친인척·아태재단 부정부패 실태’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 정권의 부정부패는 유형과 규모 면에서 온갖 물건이 진열된 대형백화점 수준이다. 대통령과 가까울수록 더욱 썩었다”며 “선진국이라면 대통령이 열 번도 넘게 사임했어야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지금 상황이 97년 한보사태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 구속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던 때와 흡사하다면서, 당시 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록을 공개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봐줘서는 안된다. 법대로 해야 한다”고 공격했던 김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들이밀며, 이제 자신의 세 아들도 그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법대로 처리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당과 후보들의 지지율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이라며 “위험한 불장난과 장외집회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검찰수사를 지켜보라”고 반박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97한보사태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발언 97.2.26
(정당연설회·김영삼 대통령대국민담화다음날)김영삼 대통령이 TV 생중계와 특별검사제를 받아들이고 대통령의 아들도 국회 청문회에 나와 증언해야 한보의 진실을 밝히고 김 대통령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97.4.27
(조선일보 인터뷰)(김현철씨 처리 문제는) 법대로 해야 한다. 법대로라는 말엔 구속까지 포함된다. 97.5.9
(동아일보 인터뷰)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봐줘서는 안되며, 그렇다고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