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인사로 비리 재생산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41분


“폭 넓은 여론 수렴 없이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인사를 단행했다.”(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역과 학맥으로 뭉친 인사는 각 기관간 감시 기능을 약화시킨다.”(이인제·李仁濟 후보)

“비선라인으로부터 추천받아 인사를 하는 바람에 실패했다.”(정동영·鄭東泳후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올해초 동아일보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린 진단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여권 내부의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실제 98년 출범 직후 나타난 DJ의 인사는 ‘축소지향적’인 것이었다. 폭넓은 인사발탁으로 지지기반의 외연을 확대하기보다는 ‘작은 인재풀’ 내에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을 찾다보니 자연 소수의 권력핵심인사들이 계속 중용되는 악순환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DJ의 인사는 자연히 소수의 권력인사들 주변에 정치브로커들의 주류인 ‘부나방’들이 춤을 추고, 결과적으로 각종 비리 의혹과 ‘게이트’를 양산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현 정권을 지탱해온 권력의 핵심축들이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돼 무너져내린 사실로도 쉽게 입증된다.

검찰의 경우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이 ‘옷로비’ 의혹으로, 신승남(愼承男) 총장이 동생의 ‘이용호 게이트’ 연루의혹으로 낙마했다.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 역시 ‘가족 타운’ 조성의혹 등에 연루되자 출국한 상태이다.

또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은 ‘윤태식 게이트’ 연루의혹으로 구속됐고,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도 ‘진승현 게이트’로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특정지역 출신’이라는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안동수(安東洙) 법무장관 파동 직후 “가뜩이나 소수세력인 현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인사가 자꾸 움츠러들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처럼 충성심 때문에 발탁된 인사들일수록 자신의 임명권자에게 ‘무한충성’하는 것이 권력의 생리. 여기에다 ‘끼리끼리의식’까지 작용해 인사 스크린 기능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검찰 내부의 수사정보가 이수동(李守東)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흘러들어갔던 경위도 검찰과 대통령 측근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여권인사는 “예를 들어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 관리해야 할 자리에 대통령의 아들이 민 인사가 앉아있고, 인사 스크린을 하는 핵심라인에 ‘형님’ ‘아우’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판에 검증이 제대로 될 수 있었겠느냐”고 자탄했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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