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대통령정책특보직을 없애고 새로 경제복지노동특보직을 신설해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임명하자 여권 안팎에서 ‘옥상옥(屋上屋)’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정책특보직은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청와대 입성을 위해 신설된 지 불과 77일 만에 없어짐으로써 ‘자리가 사람을 따라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는 형식적으로 박 실장과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통일특보, 이기호 경제복지노동특보 등 장관급 3명이 이끌어가는 ‘3각 체제’가 됐으나 이 같은 구성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DJ정권의 한계로 지적되는 ‘특정 인맥에 의해 움직이는 권력구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보 임명에 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필요한 인물을 가까이 두고 쓰는 게 무슨 탓할 일이냐”면서 특보직은 대통령령인 ‘대통령특별보좌역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보 자리는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시스템 보좌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쉽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설된 경제복지노동특보의 경우 ‘신(新) 노사문화 정착’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 등 김 대통령의 관심사를 주로 챙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경제수석과 복지노동수석의 고유역할과 위상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와대 측은 박 실장의 향후 역할이 김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에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비서실장 취임으로 청와대 내의 권력이중구조가 해소된 만큼 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비서실장 취임은 역으로 청와대의 정치개입 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후보 등이 그를 지목하면서 ‘음모론’을 주장한 것도 박 실장의 운신이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박 실장이 ‘한빛은행 대출압력’과 관련한 구설수로 문화관광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특보는 ‘보물선 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한 구설수로 경제수석에서 물러났다는 것도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 문제 때문에 낙마한 이 특보의 기용은 DJ 정권의 임기 말 ‘빚갚기’ 인사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이기호 경제복지노동특보▼
‘DJ노믹스의 충실한 실행가’로 불린다.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현 정부 초대 노동부장관에 이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내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94년 총리실에 근무할 때는 당시 이회창 총리의 신임도 두터웠다. 생색을 잘 낸다는 평을 듣는다.
▽약력 △제주(57) △서울대 상대 △행정고시 7회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