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 반입되고 있거나 우리나라를 경유지로 삼아 제3국으로 나가는 마약류가 북한산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 제조된 것이든 마약류가 남북경협 항로를 통해 운반됐다는 사실은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 항로가 이렇듯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악용되다보면 남북경협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수사당국은 마약수사의 특성상 세부사항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함구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국내 마약류 확산 실태에 북한이 일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수사당국은 관련 부분을 소상하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수사당국은 작년 말 사건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화물선의 출항지가 나진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 배려 때문이라는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마약류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도 대북정책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의 책무다.
북한이 주요 마약 수출국가로 의심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3월 초에도 미 국무부는 마약통제 연례보고서를 통해 ‘대만 일본 한국 등에서 북한제로 의심되는 암페타민과 헤로인이 계속 압수되고 있으며, 마약 밀매에 북한 정권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만약 경제난 때문에 마약사업을 벌이는 것이라면 종국에는 그 반인륜적인 사업 때문에 경제난 극복을 도와줄 이웃을 모두 잃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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