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고려호텔은 무기거래장"

  • 입력 2002년 4월 17일 14시 46분


존 울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16일 “북한은 (미사일을) 구입할 돈이 있는 국가라면 어디에든 미사일을 판매할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다.

울프 차관보는 이날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제네바 북-미 합의를 아직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게 이행치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부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방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우리의 이익이 직접 위협받을 경우엔 일방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 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 타임스는 이날 “평양에선 위스키와 무기가 어울려 다닌다” 는 기사를 통해 평양의 고려호텔이 무기 거래를 흥정하는 곳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요약.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악의 축’ 국가들이 무기거래상에 대한 공급처를 갖고 있다면 그곳은 ‘악의 축’ 수도들 가운데 가장 고립되고 비밀스러운 평양의 고려호텔 44층에 있는 원형 바일 것이다.

평양에 어둠이 내리면 이 바는 이라크 소말리아 리비아 및 다른 중동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극동지역 무기거래상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매일 밤 음모(陰謀)로 북적댄다.

한 기자가 바그다드에서 왔다는 우다이라는 이름의 이라크인에게 무기와 미사일 부품 등을 구입하러 이곳에 왔는 지를 물었다. 그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며 “북한에 자주 오지만 그 이유는 비밀” 이라고 말한 뒤 북한측 상대와 다시 밀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북한의 서방외교관들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부품과 유도장치 등 매년 5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중동국가들에 판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에 모인 사람들이 조니 워커 위스키와 북한 술을 마시면서 상담(商談)을 벌이는 모습은 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최근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관한 요란한 선전책자를 들고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고 말한 것보다 더 은밀해 보인다.

동남아시아의 용선업체들은 북한이 유럽으로 설탕 등을 선적하겠다며 자주 배를 빌리지만 이 배들은 리비아 등 예정이 없는 곳에서 멈추느라 며칠씩 행방이 묘연해지곤 한다고 말한다.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한 외교관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평양으로 가는 모든 비행기에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비즈니스맨들이 타고 있다” 며 “이들이 모두 무기거래상은 아니겠지만 무기 수출이 아니라면 북한이 이들 국가의 사람들을 끌 이유가 많지 않다” 고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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