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 미국시민입니다 ’

  • 입력 2002년 4월 19일 18시 1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인 홍걸(弘傑)씨가 미국 은행으로부터 60만달러를 융자받기 위해 대출서류에 미 시민이라고 허위기재한 사실은 무슨 이유를 대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의 도덕성과 인격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홍걸씨 자신이 그렇게 사리 분별력이 없는 사람인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홍걸씨는 올해 나이 40대 초반이다. 대통령의 아들로서 품위를 지키고 명예를 생각할 만한 나이다. 누구보다도 떳떳하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내세워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어떻게 태연히 미국 시민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더욱이 홍걸씨의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의 발단이 된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해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조사는 어느 후진 독재국가의 대통령 아들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홍걸씨가 지난 7년 동안 미국 유학을 하면서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했는지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는 본의든 아니든 대통령의 아들로서 ‘특권’을 마음껏 누린 셈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측이 홍걸씨의 호화로운 생활을 규제하려 한 흔적은 전혀 없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98년 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족들 문제는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나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가족들과 관련된 비리는 절대 생기지 않도록 내가 간수할 테니 지켜봐 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한 문제가 한창 불거져 있을 때 한 얘기다. 그런 다짐을 했던 김 대통령은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본란은 그동안 김 대통령 아들들 문제는 아무리 덮고 넘어가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홍걸씨 문제 역시 더 이상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홍걸씨는 하루빨리 귀국해 사실을 털어놓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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