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 진지함을 잃기 시작한 것은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중도 포기한 직후 치러진 부산 지역 경선(20일) 때부터였다. 부산 경선 유세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정 후보가 1등 되게 화끈하게 밀어달라”고 말해 선거인단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21일 경기 경선 유세에서도 노 후보는 정 후보가 “노 후보의 마음이 오늘도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조로 말하자 “정 후보에게 표는 주지 말고 박수만 보내 주라”며 ‘여유’를 부렸다. 이에 정 후보는 2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노 후보의 발언은) 유권자를 우습게 대접한 것이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또 경기 경선 유세 도중 당내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세 사람 중 진념(陳稔) 전 경제부총리만 거명하며 선거인단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경기지사 경선후보 중 한 사람인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노 후보의 행위에 모멸감을 느낀 듯 22일 성명을 내고 “경선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로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처럼 이완된 경선 분위기와 투표율 급락을 고려해 28일 서울 경선을 추대대회로 치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 후보는 ‘경선 지킴이’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2일 김영배(金令培) 대표권한대행을 만나서도 “끝까지 경선을 치를 것이다”고 밝혔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