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강원경선 對與 성토장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37분


이부영, 이상희, 이회창, 최병렬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서영수기자 kuki@donga.com
이부영, 이상희, 이회창, 최병렬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kuki@donga.com
23일 실시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강원지역 대회는 후보들의 정견발표장이라기보다 현 정권의 실정(失政)과 비리를 규탄하는 성토장에 가까웠다.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최규선(崔圭善) 자금의 야당 유입설’을 폭로하면서 여야 공방이 사생결단식으로 흘러 당내 위기감이 고조된 때문인 듯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이날 연설의 타깃을 철저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맞췄다. 그는 “이회창과 한나라당을 죽이려는 추악한 정치공작을 중단하지 않고 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 진상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면 국민과 함께 정권퇴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은 그동안 실시된 네 차례 대회 중 가장 높은 80.5%를 기록했다.

각 후보진영은 이번 주말까지 대구 경북(24일), 전북(27일), 부산 경남(28일)대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막판 득표전에 부심하고 있다.

종합 2위를 달리는 최병렬(崔秉烈) 후보 측은 이번 주 영남권 대회가 ‘영남후보론’의 최종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회창 후보 측은 이번 기회에 ‘영남후보론’을 완전히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경선이 계속될수록 이회창 후보로의 ‘표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자 대의원 접촉 여부를 둘러싼 후보 진영간 신경전이 감정대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회 직후 최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국민참여 경선의 의미는 사실상 없어지고 이회창 후보 측의 조직선거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은 이런 식의 경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지만 이회창 후보는 “위원장 줄 세우기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지역 대의원들이 후보 진영에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공론화하면서 경선의 혼탁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후보는 “어렵게 일부 대의원을 만났더니 처음엔 호의를 표시하다가 나중엔 뭔가를 요구했다. 줄 세우기, 눈치보기, 부정적 관행이 남아 있는 한 공정 경선은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모 후보가 대의원을 잡기 위해 2개 지구당에 수천만원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지구당 협의회 간부를 만났는데 ‘수십표를 몰아줄테니 얼마를 달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되돌아온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춘천〓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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