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퍼모나大 연구소서 한달에 몇번들러 번역일 했다"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3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는 2000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미국 퍼모나대학 부설 태평양연구소의 준연구원으로 있었으나 연구소에는 자주 들르지 않았다.

이 연구소는 대학 내 2층짜리 건물의 1층 사무실 3개를 사용하고 있지만, 홍걸씨는 이 연구소에 별도의 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연구소 측은 홍걸씨가 한달에 몇 번 정도 들러 한국 관련 프로젝트의 번역일 등을 맡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했다는 한 중국계 여성은 “파트 타임으로 통역과 번역일을 하는 한국 여학생 1명을 제외하곤 그동안 한국인 연구원을 본 적이 없다”며 “한국 관련 프로젝트가 있을 때 가끔씩 한국인들이 다녀갔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소장인 프랭크 깁니 박사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도쿄 지국장 등을 지낸 일본통으로 연구소의 활동 역시 상당 부분이 일본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한국 관련 프로젝트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퍼모나대학의 한 관계자는 “홍걸씨가 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는 동안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선 깁니 소장 외에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깁니 소장은 “홍걸씨는 번역일 등을 한 것이 맞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그의 행적을 다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퍼모나대학 및 연구소 관계자들은 홍걸씨 문제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란 점을 의식한 듯 가급적 언급을 꺼리는 인상이었으나 그가 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대체로 알고 있었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사실은 감추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며 “그렇지만 이로 인해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홍걸씨가 팔로스버디스 지역의 고급주택가에 97만5000달러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걸씨가 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한 2000년 10월은 그가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국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직후이다.

로스앤젤레스〓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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