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과 차별화 야비한것"

  • 입력 2002년 4월 26일 15시 57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실시 되고있는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탈당문제에 언급,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대통령과의 관계설정과 관련, “본시는 집권 여당의 대통령과 후보 사이는 긴밀하게 협의하는 관계가 합리적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문화의 특수성이 지금까지 협력관계를 가져보지 못하고 권력의 말기가 되면 차별화라는 것이 일반화 됐다” 면서 “차별화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책임 회피적이고 야비한 정치행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어 “현재로서는 이미 가지고 있던 고위 당정회의 같은게 없어졌으며 이미 당정간 관계는 끊겨 있다” 며 “추가로 탈당을 해야 하는지는 결국 인식의 문제” 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탈당 결심을 굳혀도 괜찮다는 말이냐’ 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면서 “실질이 변화할 것은 없지만 나머지 문제는 상징적인 판단일 수 있을 것” 이라면서도 “내가 먼저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노 후보는 또 대통령 아들 문제와 관련, “친인척과 세 아들 문제는 저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면서도 “이는 구시대 권력문화의 잔재이며 구시대 정치행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더 가까운 만큼 심각한 타격은 받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평화방송과의 인터뷰 내용.

△문= 내일 마지막 경선(서울지역 경선)인데 현재 마음 상태는….

답= 조금 미묘하다. 거의 당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당선된 것처럼 생각하려니 좀 앞서는 것같고 불안하게 생각하려니 실감이 안 난다.

△문= 최근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그렇게 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대통령의 세 아들의 비리의혹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자연스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민감한 상황이 아니라도 그 문제는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고 책임이다. 함부로 나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문제는 사회적 공론이라든지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공론이 형성되어 있으면 그런 문제가 좀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문=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문제에 대해.

답= 본시는 집권 여당의 대통령과 후보 사이는 긴밀하게 협의하는 관계가 합리적인 것이라 본다. 그러나 한국 정치문화의 특수성이 지금까지 상호간의 협력관계를 가져보지 못하고 권력의 말기가 되면 차별화라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차별화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책임 회피적이고 야비한 정치행위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주례회동이 없어진 이상 이미 관계는 끊겨있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탈당해야 하느냐라는 것은 결국 인식의 문제이다. 대통령께서 적절히 판단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민주당 탈당 결심을 굳혀도 거기에 대해 괜찮게 생각하신다는 말씀인지.

답= 이미 사실상 당지도부와 대통령의 공식적인 관계는 끊겼다. 나머지 문제는 하나의 상징적인 정치적 판단일 것이다.

△문=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당원으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세 아들 문제가 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

답= 아무래도 내가 민주당이고 지금 정권이 민주당 정권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척이나 가족문제는 민주당과 나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것은 권력문화의 잔재라든가 오랫동안 한국의 특권의식과 정실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말하자면 다음 세대 정치는 여러가지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것을 문화라고 본다면 여야의 차이보다는 오히려 구시대의 정치행태에 대해서 이회창 총재쪽이 가깝고 우리가 인상적으로 더 차별화 되어있다. 그래서 같은 당이라는 부담감도 있지만 세대간의 새로운 정치 문화, 이런 점에 있어서는 내가 더 차별성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문= 설훈 의원의 녹음테이프 문제에 대해 노 후보님은 앞서보다 약간 후퇴한듯한 발언을 하신게 아닌가 하는데.

답= 그렇게 보도가 되었다면 전달과정에서 조금 착오가 있었다고 본다. 근거없는 폭로로 밝혀진다면 설훈 의원이 민주당에서 크게 꾸중을 들어야한다.

그러나 지금 설훈의원이 테이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과정에서 설훈 의원 개인이 입수하기 어려운 자료라도 수사기관은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테이프가 있는지 없는지 궁극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내가 태도가 달라진 것이 아니고 이 두가지를 동시에 말한 것이니 그렇게 이해해주기 바란다.

△문= 김 대통령의 공과를 정리하신다면.

답=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민주당의 정책에 근거해서 정책에서는 대체로 성공했다. 좀 시행착오가 있고 많은 저항에 부딪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정책 수행에 관해서는 긍적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하나는 정책수행에 있어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것이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라면 정치의 운영에 있어서 인사에 성공하지 못 한 것 같고 친인척이나 가신(家臣) 측근 등 가까운 사람의 관리에 있어서 과거의 문화를 확 바꾸는데 성공하지 못해서 곤경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올바른 정책은 계속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시행착오도 좀 더 정교하게 줄여 나가면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 동의를 미리 받아나가는 적극적인 정책활동이 필요하고 비정치 문화로부터 탈피하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를 세워나가는, 이런데 역점을 두는 것이 다음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문= 내일 후보로 확정된 뒤 현 정부나 시국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실 것인지.

답= 수락연설은 20분정도 주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강의 큰 방향만 말씀드릴 것이다. 그것보다 많은 대담이나 토론 요청이 있으면 그럴 때마다 또박또박 밝혀 나가겠다. 그동안에는 공방의 관계였기 때문에 쟁점을 중심으로 해서 말씀 드릴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미래에 대한 중요한 주제라도 쟁점화 되지 않으면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주제를 설정해서 그 주제를 가지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밝혀 나가도록 하겠다.

△문= 김대통령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말씀인가.

답= 그 문제는 내가 먼저 앞당겨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 대선 자금에 대해 정치인들이 먼저 고해성사하고 모든 것을 사해주고 그 다음부터 철저하게 하자는 말이 있었는데,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답= 일반적인 정치자금도 문제가 없었다. 대선자금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조직동원 선거에서 미디어 선거로 중심이 이동되고, 미디어 선거에서 인터넷 선거쪽으로 더 이동해 갈 가능성이 있다. 조직동원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정치를 하기위해서 미디어 선거·인터넷 선거로 방향을 옮길 생각이다. 따라서 대선비용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동안 일반적인 선거에 관해서도 법의 테두리를 지켜오면서 정치를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번 경선과정이다. 경선과정에 있어서 솔직히 몇 번 밝히라고 하는데 밝히기가 어렵다고 우물우물 회피해왔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비용은 들고 대안은 없고 이 사이에 간극이라든가 불일치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내가 제안하는 것은 경선제도(경선과 정치자금)에 관해서 당이든 선관위에서든 규정을 만들자. 만들어서 그것을 소급해서 한번 비추어보자. 그러면 나도 자신있다. 왜냐하면 경선 만들 때 가장 합리적인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그 기준이 만들어지면 과거의 것이라도 비교해보면 자신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는 제도와 기준을 만들어 주십사하는 개별적인 요청을 하고 있었는데 전당대회 다 마치고 나면 당에 제도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할 생각이다.

△문= 이인제 의원과의 관계, 즉 협조를 요청하실 생각이신지.

답= 그래야 한다. 당연히 협조해야하는 것이고 나도 부탁할 생각이다. 서로 경선을 할 때는 노선차이를 크게 보이게 만들어 얘기를 하지만 당이 함께 손발을 맞추게 될 때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게 되어있다.

상황에 따라서 인식과 관점의 차이가 있다. 이인제 고문과 나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굳이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내가 민주당에 더 많이 부합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인제 고문도 민주당의 노선을 존중하겠다고 하셨으니까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 대미관계는.

답= 현실적인 한미관계에 기본적인 기조와 현실적 영향력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50년대 60년대식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2000년대에 맞게 생각을 하겠다는 말이다. 나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의 생각이 60~70년대식 사고에 머물러 있으니 답답해서 그 문제에 대해서 해명을 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문=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시 정권 차원에서 활용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답방을 하더라도 이런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 만나실 의향이 있으신지.

답= 남북관계는 정말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당도 야당도 그래서는 안된다.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6.15 남북회담을 발표했을 때 그 점에 대해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을 했다. 그 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혹시 답방이 있을때는 여야 쌍방 모두가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미래에 대한 인식을 교환하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심을 피해 안 만나기 보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공정하게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역을 책임하에서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울산과 경남에서는 염두에 두신 후보가 있는지.

답= 부산도 문재인 변호사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확정도 하고 싶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과 울산에 대해서는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고 여러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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