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탈당 공론화 배경=여권 내에서 김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 의혹과 이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이 맞물려 있다. 특히 올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6월13일)를 목전에 두고 세 아들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김 대통령의 당적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최근 여권 안팎에서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DJ를 향한 한나라당의 공세가 앞으로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겨냥한 ´DJ 적자(嫡子)론 공세´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DJ와 노 후보 간의 고리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에서는 늦어도 5월초까지 대통령이 세 아들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고,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되는 5월9일 직후 탈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를 일단락 짓고 당을 노무현 체제로 전환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DJ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노 후보측도 이미 DJ의 민주당 탈당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노 후보가 26일 김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김 대통령의 탈당에 대한 기대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김 대통령의 목에 아들 문제 처리, 민주당 탈당 이라는 방울을 누가 걸 것이냐에 모아진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가 어떻게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겠느냐˝며 청와대쪽에 공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쪽 역시 아들 문제 공세로 김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어 탈당토록 한 뒤 식물 대통령 으로 만들겠다는 게 야당의 속내인 만큼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주류다.
이런 정황 때문에 청와대나 민주당이나 현재로선 모두 김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 셈이지만 여권 안팎의 여론도 이미 탈당불가피론으로 기운 만큼 탈당 임박 을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DJ 탈당 이후 전망=김 대통령의 조기 탈당이 실현될 경우 DJ의 ´대선중립´과 민주당의 ´탈(脫) DJ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탈당이 이뤄지면 김 대통령은 평당원이라는 신분까지 벗어 던지게 됨으로써 민주당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게 된다. 김 대통령은 대선 공정관리자 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일찌감치 불러와 국정운영에 난맥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 아들 문제 때문에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각종 정책 추진에 있어 초정파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까지는 앞으로 7개월 이상 남아 있다는 점도 김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1개월여 전에 탈당했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통령으로서는 탈당과 함께 대선 공정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출범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관계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당 대표의 주례보고가 사라지는 등 청와대와 민주당 간에 공식적인 관계는 사실상 단절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자연스럽게 DJ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노무현 후보로선 지방선거 전에 정계개편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김 대통령의 탈당을 정계개편 구상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DJ와의 고리 단절은 또한 반 DJ정서 가 여전히 강한 영남지역에서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여 노 후보와 YS 간의 민주대연합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