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 사과에 대해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발도 적지 않아 상황은 쉽게 진화되기 어려울 듯하다.
▽김 대통령, 결심 섰나〓그동안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답변 외엔 침묵으로 일관해온 청와대가 이날 공식 입장을 표명하자 당장 김 대통령이 세 아들, 특히 홍걸(弘傑)씨 문제에 대해 마음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대두됐다.
최근 검찰 수사상황이 홍걸씨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쪽으로 진전되자 김 대통령으로서도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박 수석의 발표내용중 “조사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본다”는 언급은 결국 홍걸씨의 사법처리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 측은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왜 간접 사과했나〓이날 김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박 수석을 통해 간접적인 사과를 한 데 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경우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정했다는 오해를 살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좌진 일부에서는 대변인을 통한 간접발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1997년 2월25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아들 현철(賢哲)씨 문제에 대해 “자식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다”고 사과한 뒤 이후 상황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던 점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은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온 뒤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야당 반응〓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그에 대해 언급한 것은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며 “야당과 국민의 들끓는 분노에 대한 거부 표시로서 국민과 야당은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김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현철씨 문제에선 구속 수사를 요구하고 자기 아들은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고 한다”며 “자기 아들은 귀하고 남의 아들은 귀하지 않으냐”고 비난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