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정부가 제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예브게니 나즈드라첸코 러시아 국가어업위원장에게 24일 최고등급의 수교훈장인 ‘광화장’을 준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사고 있다.
2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은 14만t 확보를 목표로 했던 러시아 명태 민간쿼터를 하나도 받지 못함으로써 국내 수요(연간 40여만t)의 절반 가량인 20만4700t을 공급해온 러시아 어장의 67.3%를 상실했다.
내년에 러시아 명태 어장을 다시 찾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러시아가 어족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총허용어획량(TAC)을 1999년 215만t, 2000년 175만t, 2001년 167만t, 2002년 93만t 등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명태잡이 어선 30척 가운데 상당수는 당장 폐선될 위기에 놓였다. 해양부는 한국의 명태조업 선박은 너무 대형이어서 다른 어종을 잡기에는 채산성이 없고 대체어장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어장뿐만 아니라 거리가 가까워 경제성이 높은 일본 어장도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계속 쿼터가 줄고 있다. 한국이 일본 해역에서 잡을 수 있는 총 어획쿼터는 1999년 14만9218t에서 2000년 13만197t, 2001년 10만9773t, 2002년 8만9773t으로 감소했다.
수산업계는 이같은 어장 축소가 어족자원 감소와 연안국의 권리의식 제고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 명태 민간쿼터 입찰 하루 전날 정부가 나즈드라첸코 러시아 국가어업위원장에게 ‘수산외교 활동으로 양국 우호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준 것은 얼마나 정보에 어두웠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해양부는 작년 10월말 “유삼남(柳三男) 장관이 나즈드라첸코 위원장을 만나 ‘명태 및 꽁치 등의 어획쿼터를 내년에도 금년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25일 민간쿼터를 하나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국내 원양업체가 전해와 알았다”고 털어놨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러시아 명태 쿼터 비교 (단위:t) | |||
구분 | 2001년 | 2002년 | |
정부 쿼터 | 베링해 | 25,000 | 22,000 |
오호츠크해 | 10,000 | - | |
북쿠릴해 | - | 3,000 | |
소계 | 25,000 | 35,000 | |
민간 쿼터 | 베링해 | 160,000 | - |
오호츠크해 | 5,000 | - | |
소계 | 165,000 | - | |
합작사업 | 4,700 | 22,000 | |
공동어로사업 | - | 20,000 | |
합계 | 204,700 | 67,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