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생각은]“탈당 반대안해”…자연스레 거리두기

  • 입력 2002년 4월 26일 23시 36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에 대해 “그것이 민주당과 나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지만 나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씨에 비해 구시대 정치문화와의 차별성이 크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고, “(세 아들 문제는) 권력문화의 잔재로 한국의 특권의식과 정실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회창씨는 그런 구시대 정치행태에 가깝고, 나는 새로운 정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는 김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를 민주당 정권만의 문제가 아닌 이회창 전 총재까지 포함한 구시대 정치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정면돌파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노 후보가 이날 “김 대통령의 탈당에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차례나 “네”라고 답한 것도 김 대통령과 의도적인 차별화는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실상 당 지도부와 대통령의 공식적인 관계는 이미 끊겼다. (탈당 등의) 나머지 문제는 하나의 상징적인 정치적 판단이다”며 “내가 지금 (탈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 있는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앞장서서 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노 후보의 얘기는 한 마디로 ‘김 대통령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최근 “김 대통령을 만나면 탈당 등을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도, 모든 걸 다 알고 계신다”고 답한 적이 있다.

김 대통령의 탈당 문제 등과 관련한 노 후보의 입장에 민주당 내 DJ 직계인 동교동계 인사들은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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