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교동계 구파의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될 것이란 소식이 29일 전해지자 민주당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최고위원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 및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가까운 ‘신(新) 주류’가 대거 당선되는 바람에 영향력 퇴조가 예상됐던 동교동계로서는 권 전 최고위원의 검찰소환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기 때문이다.
한때 당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동교동계 구파는 권 전 최고위원의 핵심 측근인 이훈평(李訓平) 조재환(趙在煥) 의원이 직접 경선 캠프에 참여해 선거운동을 도왔던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대선후보 경선 중도포기 이후 급속히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탈락하고 한광옥(韓光玉) 전 대표마저 최고위원 경선에서 4위에 그친 것은 동교동계 구파의 퇴조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런 와중에 권 전 최고위원이 검찰의 소환을 받자 이제 동교동계 구파는 사실상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의 권 전 최고위원 소환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와 만나 “방금 (검찰 소환 얘기를) 들었다”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실장은 ‘예전 같으면 정치인에 대해선 검찰이 사전에 통보해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검찰이 하는 일이니…”라며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권 전 최고위원이 불미스러운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다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검찰이 엄정하게 조사해 흑백이 가려지길 바란다”고 짤막한 논평만을 냈다. 한화갑 신임대표도 권 전 최고위원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