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수사…정치권 초긴장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30분


검찰이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사를 그의 정치자금 전반에 관한 조사로 확대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정치권은 뭔가 예측불허의 ‘한파(寒波)’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이 지난 ‘진승현 게이트’ 사건을 왜 이 시점에 갑자기 들고나와 권 전 최고위원을 겨냥하는 것인지를 놓고 여러 갈래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권 전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통령 아들 문제에 대한 물타기용이며 ‘거물급’ 희생양을 찾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권 전 최고위원 측도 “뭔가 음모가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미 2000년 7월에 벌어졌던 사건이고 진승현 수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라며 “하필 왜 지금 시점이냐. 우리더러 장세동이 되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권 전 최고위원의 측근인 김방림(金芳林) 의원 측도 “소환에 응할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음모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고강도 사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정이 가속화되면 정치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져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정계개편 주장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은, 분명 의도가 있는 ‘고강도 사정’이라는 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권 전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진승현 리스트’에 거명된 바 있는 정관계 인사 30여명의 이름이 다시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권 전 최고위원의 소환설은 약 한달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여야 구분 없이 부패집단으로 몰아붙여 정치권을 한번 갈아엎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노무현 후보 중심으로 정치 구도를 바꾸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태열(許泰烈) 기획위원장도 “여권이 사정과 정계개편을 동시에 진행시켜 노무현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정이 정계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이 6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자는 데 전격 합의한 것은 이 같은 검찰조사의 정치적 배경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 정권이 이미 검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는데, 누가 어떤 의도로 기획수사를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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