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렬특보 美전달 '노무현파일' "햇볕 계승"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55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국제담당특보인 이충렬(李忠烈)씨가 미국 정부 관리들에게 전달했다는 이른바 ‘노무현 파일’은 영문으로 작성된 A4용지 27쪽짜리 자료집이다.

노 후보 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이 자료는 이 특보가 직접 만들었으며, 미국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작성된 게 아니라 경선 기간 중 외신기자들에게 노 후보를 알리기 위해 배포한 공개된 자료”라고 밝혔다.

이 자료집의 핵심은 6개항으로 돼 있는 외교정책 부분으로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노 후보에 대한 미국 정부 일각의 불안감을 씻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외교정책의 1항은 ‘한미동맹은 한미외교정책의 바탕이다. 양자는 갈등이 없어야 한다. 두 나라의 관계는 성숙한 파트너십이 돼야 한다’고 적고 있고, 2항은 ‘한미군사동맹에 기초해 군사적 대비를 강화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도 지역 균형자로서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4항에서는 ‘남북화해는 이 지역의 알찬 미래를 위해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햇볕정책은 계속돼야 한다’, 6항에서는 ‘남북간의 대결은 남한의 우위로 끝났다. 한미공조의 주도하에 금강산 개발, 개성공단 개발, 철로복원, 전력 지원 등을 계속할 것이다’고 밝혀 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이 특보는 방미 후 노 후보에게 6쪽짜리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보는 방미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 대선에서 엄정 중립을 약속했다. 미국 관리들은 ‘어느 차기정부와도 미국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방미는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알맹이 있는 방미가 보장되면 가지만 예전처럼 국내선거용으로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고 노 후보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종필 특보는 “그런 보고서를 낸 것은 맞지만 (그는) 노 후보의 방미 문제를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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