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主敵, 정치용어로 적절한가”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43분


조찬모임
7일 국회 귀빈식당에 열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당 소속 국방위 교육위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조찬 회동에선 주적론 표현 문제를 둘러싸고 짧은 토론이 있었다.

국방위 간사인 배기선(裵基善) 의원은 “통일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고려해 북한에 대한 주적 표현을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태도인 반면 국방부는 군사적 신뢰 구축이 덜 된 상태에서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용택(千容宅) 국방위원장은 “국방백서의 주적론 표현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문서화된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되지 않았는데 최근 남북간 평화교류가 증진되면서 북이 시비를 걸고 있다”며 “이래저래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참석자는 “대만도 중국을 주적이라고 문서에 안 쓰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을 주적이라고 안 쓴다”며 주적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후보는 △국방백서가 외국에도 있는지, 있다면 주적이란 표현을 쓰는지 △우리의 국방관련 문서가 외교 등 다른 분야 문서와 충돌되는 것은 아닌지 △주적 개념을 군 사기와 긴장감 유지를 위해 대내적으로는 쓰더라도, 국가 지도자나 외교 종사자가 쓰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적 개념 재검토를 시사하는 듯한 이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노 후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적 개념을 모호하게 해두는 게 좋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왜 재검토 운운하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념적 정체성 문제를 대충 얼버무리지 말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후 원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군과 국방 관계자가 사용하는 용어와 정치지도자가 사용하는 용어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본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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