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길수친척 대처 문제있었다”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25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0일 중국 경찰이 선양(瀋陽) 소재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와 강제 연행한 탈북자 5명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협상에 나서라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에게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측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외무성 부상을 중국 측에 보내 항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와구치 외상은 총영사관 직원들이 중국경찰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 “다르게 대응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현장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탈북자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오던 일본의 분위기가 이틀 만에 이처럼 확 바뀌었다.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태도와 영사관에 들어온 망명자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외교관의 무능함, 양쪽으로 비난이 향했다. 중국이 제대로 사과를 하고 5명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으면 중국주재 일본대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의 태도가 바뀌는 데는 9일 밤 탈북자의 영사관 진입과정과 그들이 끌려가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은 테이프가 방영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라이 진(村井仁) 국가공안위원장은 중국의 무장경찰에 대해 “조용히 비자신청대기실에 와 있던 사람을 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테이프를 통해 당초 총영사관이 “2명은 영사관 안에 들어왔으나 나머지 3명은 밖에 있었다”는 보고가 허위였음도 드러났다. 밖에 있었다던 3명도 일단 영사관 문안에 들어와 있었음이 확인된 것. 정부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며 외무성의 보고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영사관 직원들이 탈북자들이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 경찰이 영사관에 진입한 것이 탈북자들이 영사관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15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는 사실도 드러나자 “도대체 영사관 직원들은 무얼 했느냐”는 비난도 쏟아졌다.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총무상은 “외교관의 기본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NHK TV는 “이 화면은 한국에서도 방영됐다”며 “한국도 일본 외교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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