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이 “(남측) 국민은 실상이 뭔지 걱정이 많다”며 금강산댐 공동조사단 구성 문제를 꺼내자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시원스레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의 대답이 진심이라면 북측은 그 실천을 위한 당국 차원의 공식 제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시 시간을 끈다면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말조차 믿을 수 없는 나라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셈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4월 초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으로 다소간 풀리는 기미를 보였던 남북관계가 다시금 경색 국면에 들어간 것도 북측 탓이다. 북측은 지난주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켜 남측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런 마당에 박 의원이 김 위원장과 만나서 어떤 ‘거창한 합의’를 이뤄냈다 한들 그것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남북관계가 그럴듯한 말로만 포장되던 시기는 오래 전에 끝났다. 작은 합의라도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상호 신뢰가 쌓이고 더 큰 진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 시점에 북측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남북 경협추진위원회를 재개하고 금강산댐 공동 실태조사에 즉각 나서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박 의원과의 ‘비공식적인 합의’ 차원에서 벗어나 당국간 공식 대화채널을 통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