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의 정쟁(政爭) 중단 요구를 거부했던 서 대표가 이번에 이와 유사한 제의를 하게 된 것은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열기에 부응하기 위한 의도이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각국의 요인들이 속속 내한하고 있어 정치권이 소모적 공방을 계속하면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는 후문이다.
관심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을 포함한 권력층 비리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수그러들지 여부.
서 대표는 권력비리 문제는 정쟁과 무관한 야당의 고유 업무라며 국회 내에서 진상규명 요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나, 민주당이 월드컵 화합 분위기에 맞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대한 비난 공세를 접을 경우 한나라당도 공격의 톤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23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며 “민주당과 일부 정부 관계자들도 야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터무니없는 음해 공세를 즉각 중단하면 원내 1당으로서 초당적 협력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16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고, 28일부터는 공식 지방선거전이 시작돼 양당의 이런 협력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지방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들은 비리 공세로 민주당을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보여 한나라당 지도부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