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2항’ 연일 불꽃공방

  • 입력 2002년 5월 24일 19시 0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24일에도 6·15공동선언 2항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자 민주당은 민족문제까지 선거전략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각 당은 이 논란이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 서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고려연방제로 가기 위한 전단계이고 남북연합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전단계인데, 어떻게 공통점이 있느냐”며 “햇볕정책이나 통일에 대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반(反)통일’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독단이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웅규(曺雄奎) 의원은 “민주당과 청와대는 문제점을 지적한 우리를 공격할 게 아니라 공동선언 이후에도 연방제 통일을 계속 주장해 온 북한에 대해 진의를 밝히라고 따지는 것이 순서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방제 고수와 이를 덮으려 하는 정부 때문에 이런 논란이 빚어졌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기조위원장은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대해 근거도 없이 폐기 운운하는 것은 남북문제를 풀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고 비난했고,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6·15남북공동선언 승계 입장을 밝혔던 이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는 것은 민족문제를 선거에 악용하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또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전문가들도 2항은 북한이 남북연합 방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북한이 내치용으로 사용한 연방제 용어를 두고 우리가 북한의 통일방안에 동조한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북한이 정상회담 두 달 후인 2000년 8월 당정단체연합회의와 올해 1월10일 노동신문에서 ‘2항은 남북한이 연방제 통일로 나가는 길을 명시한 것이다’고 선언했는데도 이를 내부선전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쟁점이 되는 데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도 양론이 팽팽했다.

이 후보의 이병기(李丙琪) 특보를 비롯한 측근들은 “6·15남북공동선언 2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 후보 발언은 보수세력 결집에 도움이 됐다. 이 후보가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기 비전을 확인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이 후보가 6·15선언 직후 국회가 지지 결의안을 채택할 때는 찬성해놓고, 이제 와서 뒤엎는다면 신뢰만 상실할 뿐이다”며 “반통일적인 인상을 주면 젊은층이 외면할 수도 있는데 구태여 왜 쟁점화하느냐”고 비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