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외압’이 거세지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검찰 내에 ‘친(親) 이회창(李會昌)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 대해 공식 대응은 일절 하지 않기로 한 것.
정치권의 공세에 휘말리면 이명재(李明載) 총장 취임 후 상당기간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 있던 검찰의 위상이 다시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뇌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외압’이 강화되는 것이 득표전략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와 ‘길들이기’ 시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을 물고늘어지거나 흔들어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다시 검찰 수사 내용 등을 도마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 및 인사 개입으로 검찰을 망쳐놓은 정치권이 검찰 조직을 여전히 권력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도구론(道具論)적 검찰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쌓아 놓은 업보(業報) 때문에 공식적으로 할 말은 적지만 근거 없는 여야의 공세에 대해 개인적으로 따져보고 싶다고 말하는 간부들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압에 대해 일일이 ‘말’로 대응하기보다는 공정하고 엄격한 수사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의 시각과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중립이 더욱 중요한 시기에는 검찰의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6·13지방선거 선거사범 수사를 총지휘하는 대검 공안부는 노 후보의 발언이 보도된 뒤인 29일 전국 검찰청에 선거사범 단속 기준을 더욱 엄격하고 세밀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또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선거사범을 집계할 때 정당별로 분류하지 않기로 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