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검찰 옥죄기' 왜?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37분


의원총회의 후보-대표 - 연합
의원총회의 후보-대표 - 연합
▼한나라당▼

요즘 검찰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심사는 복잡한 듯하다. 검찰의 정치권 비리수사에 기대를 걸면서도 내심 못 미더운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이 연루된 ‘홍(弘)3 게이트’의 수사 방향은 이 후보에겐 연말 대선까지 밀고 나갈 ‘비리정권 심판론’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때문에 “대통령 세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될 경우 우리 당이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어린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검찰의 태도에 대해 성급한 낙관을 하기에는 때 이르다는 지적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천명했지만, 일부 검찰의 권력지향적 속성까지 근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의구심 섞인 시각의 바탕에는 미래도시연합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한나라당 거액 제공설을 폭로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더욱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희완(金熙完)씨로부터 최씨가 한나라당에 거액을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의 증언내용이 흘러나온 데 대해서도 한나라당 측은 현 정권과 맥이 닿아 있는 ‘검찰 내부세력의 장난’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이 후보 측이 꼽는 일부 ‘정치검찰’은 특정지역 출신으로 현 정권 실세들과 유착돼 고속승진을 거듭한 인사들이라는 게 일반적 해석. L, P 검사장 등 검찰 고위간부들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최근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 소환을 월드컵 이후로 연기한다거나 이 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와 관련한 비리 의혹을 수사할 수 있다는 등의 검찰 내 발언이 바로 이들 세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 이 후보 측은 검찰 내의 이 같은 복잡한 기류에 대해 철저히 분리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검찰 조직 전체가 아니라 ‘일부 정치검사’의 고립화 전략을 취한다는 전략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당▼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연일 검찰을 향해 ‘쓴 소리’를 뱉고 있다. 노 후보는 15일 중앙선대위 발족식에서 검찰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거론한 데 이어 28일에는 한 걸음 더 나가 검찰 내에 ‘친(親) 이회창(李會昌) 세력’이 있다며 공세를 취했다.

이 같은 노 후보의 검찰 비판은 자신의 타이거풀스 후원금 수수와 최규선(崔圭善·미래도시연합 대표)-윤여준(尹汝雋·한나라당 의원) 커넥션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균형을 잃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노 후보는 특히 자신의 타이거풀스 후원금 1000만원 수수사실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2000만원’으로 불려져 알려진 데 검찰의 ‘불순한 의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갖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반면 최씨와 윤 의원간의 금전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명해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후보의 발언 이후 ‘친 이회창 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에 대해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 후보는 최근 주간지 ‘뉴스메이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97년 한보청문회 당시의 상황을 권력투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부 검찰이 그 당시에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등장했다고 말했다”며 ‘검찰의 정치권력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한보사건 당시 특정세력이 ‘반 이회창’그룹 의원들의 연루설을 기정사실화해 몰고갔던 정황을 얘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당 주변에서는 노 후보가 검찰 내 ‘친이(親李)’ 인맥으로 이 후보와 학연이 있는 ‘KS(경기고-서울대)’ 출신 검사들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은 “검찰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일 뿐 누구를 특정해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노 후보의 최근 검찰 비판에는 검찰과 얽힌 악연(惡緣)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판사 출신인 노 후보는 80년대 중반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기간 중 법정에서 검찰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고 대우조선 노사분규 때는 구속되기도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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