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말…말…말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54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거친 말투’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여러 차례 충고와 지적이 있었지만 노 후보 특유의 스타일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 노 후보와 지지의원간의 모임에서도 중진들은 “노 후보가 경선 정견발표에서 자신의 군복무 경력을 소개하며 ‘쫄병’이란 속어를 쓰는데 앞으로는 ‘사병’이나 ‘병사’로 수정하는 게 좋겠다. ‘(기업을) 외국에 팔아 넘겼다’보다는 ‘외자(外資)를 유치했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는 등의 조언을 했다.

노 후보는 같은 달 19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모일간지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기사 제목을 ‘노무현 길 터 주기’라고 뽑았는데 제목 뽑은 사람을 쌔려줘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다.

그는 같은 달 25일엔 “미국을 한번도 안 갔는데 바빠서 못 갔다. 볼일 있으면 간다. 볼 일 없어도 시간 많이 남으면 간다. 국내정치용 사진 찍기는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초청토론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잊어버렸다’보다는 ‘까먹었다’,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보다는 ‘국민을 두들겨 패는 정부’ 등 직설적 표현을 즐겨 사용해왔다.

그는 28일에도 검찰수사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면서 “(타이거풀스 송재빈씨를) 달밤에 그림자 보듯이 한번 스치고 지나간 것이 시시콜콜 얘기가 나오니까 기분이 안 좋다. 뭔가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노 후보는 그동안 현장을 중시해 왔기 때문에 시중언어가 머리에 많이 입력돼 있다”며 “28일 인천 부평 정당연설회에서의 ‘깽판’ 발언도 익숙한 언어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뿐이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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