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깽판’ 발언 파문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54분


부산에 간 盧후보 - 최재호기자
부산에 간 盧후보 - 최재호기자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 쳐도 괜찮다”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인천 정당연설회(28일) 발언이 새로운 정치공방의 불씨가 되고 있다.

노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29일 노 후보의 ‘자질론’을 거론하며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당은 ‘말꼬리잡기식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라며 “노 후보의 좌충우돌식 언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무자질, 무자격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노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 쏟아졌다.

박희태(朴熺太) 최고위원은 “노무현의 ‘무’자는 무자격, 무자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노 후보의 말을 확대 해석하면 남북대화하고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다 팽개쳐도 된다는 말”이라고 공격했고, 허태열(許泰烈) 기획위원장은 “조폭적 발언”이라고 폄하했다.

민주당은 내심 노 후보의 ‘튀는 언동’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한나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노 후보측은 “실제 노 후보의 연설 취지는 ‘인천의 경제를 살리자.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안정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인데도 전체 맥락은 보지 않고 일부만을 잘라내 의도적으로 연설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솔직 담백하고 직설적인 어법을 버릴 필요는 없지만 말을 좀더 다듬어야 한다”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