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지도부 부패심판-세대교체 정면 충돌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31분


울산에 간 李후보 - 최재호기자
울산에 간 李후보 - 최재호기자
6·13 지방선거의 ‘대선 대리전’ 양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주말인 1일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국 곳곳에서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비난전으로 시종했다.

▽부정부패 공방〓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충청지역 정당연설회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 1명은 이미 구속됐고 또 다른 1명은 구속될 것이며 나머지 1명은 동료 의원들조차 의원배지를 떼라고 하고 있다”며 “이로써 김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 도덕적 통치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울산 정당연설회서 “현 정권은 말로는 ‘서민정권’이라고 해놓고 역대정권 중 서민을 가장 못살게 만들어 놓은 정권이다”고 비난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최단 기간에 최악으로 썩은 정권이 바로 이 정권인데 국민과 민주개혁을 들먹일 낯이 있는가”라며 “양심이 있다면 부정부패의 최후 몸통인 DJ의 양자(養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DJ의 친자(親子)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감히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노 후보는 경남지역 정당연설회에서 “국세청을 앞세워 166억원을 거둬 대선자금으로 쓰고 세금을 걷은 범법자가 구속되지 않도록 방탄국회를 5차례나 열고 체포동의안까지 부결시킨 사람이 무슨 부패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느냐. 염치없는 사람이다”고 반박했다.

한 대표도 경기지역 정당연설회에서 “이회창 후보, 당신이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안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무릎을 끓고 용서를 받아야 마땅하다”며 “이제 노 후보와 이 후보의 대결인데 이 후보는 노 후보가 무서워 감히 대결을 못한다”며 말했다.

문희상(文喜相) 경기도지부장은 “부패의 원조가 누구냐.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시절 수천억원을 해먹던 사람들이 바로 한나라당의 증조 고조부뻘이다. 이 후보가 부패의 심판 대상이다”고 주장했다.

▽세대교체론(동시청산론) 공방〓노 후보는 이날 이 후보도 3김과 동시에 청산해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제기했다.

그는 경남 김해시 정당연설회에서 “친일하고 군사독재에 아부했던 사이비 엘리트의 낡은 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이 후보는 나이도 나보다 11세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사고방식이다. 이 후보는 제왕적 후보이고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계보 측근 가신정치를 그대로 하는 게 한나라당이다”고 공격했다.

이어 그는 “영남에서는 ‘노무현은 좋은데 당이 안 좋고 DJ가 미워서 못해준다’는 말이 있다는데 DJ는 DJ이고 노무현은 노무현이다”며 “내가 ‘DJ 양자’라면 김해시 국회의원과 부산 국회의원 17명은 물론 경상도 국회의원들은 누구의 양자냐”며 줄곧 이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후보가 지지율이 급락하니까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양이다”며 “그런 막말을 한다고 해서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성을 잃고 막말을 퍼부을수록 국민은 그를 철저히 외면할 것이다”고 반박했다.

허태열(許泰烈) 기획위원장은 “노 후보가 지지율 급락에 대한 초조함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고 한 당직자는 “DJ 후계자를 자임하던 노 후보가 그런 전략이 더 이상 안통하자 본색을 드러내 DJ까지 청산하자고 한다”고 비난했다.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노 후보 발언에 대한 지나친 대응은 노 후보의 전략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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