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국회 여나…院구성·민생법안 처리 뒷전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40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6월 임시국회를 소집키로 합의했으나 국회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비춰볼 때 양당이 비리 연루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집하는 ‘방탄 국회’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1일 임시국회 공동소집 요구서를 내면서 “원래 짝수 달에는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 있다. 늦어진 원 구성을 위해서라도 일단 국회를 소집해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언제라도 양당의 입장 변화가 있으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조차 이 같은 설명에 수긍하지 않는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원 구성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를 열어놓아 봤자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당 총무는 국회 소집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양당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통의 이익’ 때문에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특히 체육복표 사업자인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이 지난해부터 정치권 전체를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일단 국회 문을 열어놓아야 해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인이나 구속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양당의 계산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민주당 K의원, 한나라당 K의원 등은 개인 비리로 검찰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방탄 국회’소집이 시급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계현(高桂鉉) 경실련 정책실장은 “여야 의원 대부분이 지방선거에 투입돼 의사일정의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임시국회를 열기로 한 것은 각종 비리에 관련된 의원들을 검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짙다”며 “정작 중요한 원 구성과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 처리는 도외시한 채 국회만 열어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