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관련 정보 제공〓공무원 선거개입 중 가장 흔한 사례는 특정후보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당선이 유력한 시장 후보 사무실로 시청 기밀자료가 유출되는 사례가 많다”고 공개 경고를 하기도 했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현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선거기획 업무를 해온 대구 서구청 총무과장 장 모씨 등 공무원 3명을 선거법위반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은 올 3월부터 서구 관변단체 회원들과 각 동의 주민자치위원회 등 10개 단체에 구청장 후보별 지지도를 분석해 보고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시에선 시청의 한 고위공무원이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각 후보에게 제시한 50개 공약요구사항을 일선 담당자들에게 검토토록 지시한 것을 둘러싸고 “특정후보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유력후보에 눈도장 찍기〓광주 북구청 공무원 박모씨는 1일 민주당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 후보가 광주 남구의 모 기초단체장후보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 나타나 박 후보 선거캠프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목격됐다.
나주시에선 민주당 김대동(金大棟) 기초단체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 일부 면장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남지역의 한 공무원은 “유력한 후보와 친한 부단체장이나 예산, 회계분야 공무원들은 해당 후보 진영에 찾아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로비를 벌인다”며 “일부 공무원들은 늦은 밤에 유력후보 선거캠프를 찾아가는 ‘박쥐공무원’ 생활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력후보들의 선거 개입 요구〓일부 단체장 후보들은 공무원에게 유언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현직 단체장인 전북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선거 전부터 간부회의를 통해 “알아서 해라. 몸을 던져서 도와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는 후문.
제주시의 한 공무원도 “한 후보 캠프의 지인으로부터 ‘도와주면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간의 갈등 및 행정공백 우려〓제주에선 전현직 지사가 맞붙으면서 공무원들의 가슴앓이가 심하다.
98년 지방선거 때 ‘신파(신구범·愼久範 후보파)’와 ‘우파(우근민·禹瑾敏 후보파)’로 나뉘어 선거운동에 개입했고 그때 생긴 감정의 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제주도청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일부 공무원이 특정후보에 줄을 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며 “서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전현직 간부 공무원을 중심으로 편가르기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전북 순창군의 한 공무원은 “군수선거에서 3파전이 예상되는데 공무원들도 세 파로 나뉘어 알게 모르게 줄을 서고 있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자제 움직임〓공무원들의 선거개입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노골화되자 공무원노조, 공무원직장협의회 등 공무원조직들이 공무원의 선거개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 경기지역본부는 1일 성명에서 “선거철이면 단체장후보에게 줄서기를 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공무원을 자신의 사조직인양 선거운동에 동원하는 기관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공무원들은 선거 엄정 중립은 물론 공명선거 확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 대전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도 최근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