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경북도지사, 후보부인 '내조24시'[영남일보]

  • 입력 2002년 6월 4일 14시 56분


*조해녕 후보 부인 김옥희씨

선거전을 시작하면서 조해녕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가 가장 미안하게생각하는 사람은 부인 김옥희씨(58)다. 원래부터 몸도 튼실하지 못한 부인김씨가 체질에 맞지않는, 선거운동을 불평없이 수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김씨는 임명직 대구시장에 장관직까지 두번이나 역임한 남편이 다시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한사코 반대했다. 김씨는 조 후보가 회장을맡고있던 자원봉사 포럼 활동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뜻밖의 '고생길'이 달갑잖았다. 물론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 참여라는 선택은자청한 것이 아니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간곡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때문에 부인도 "대구가 그렇게 원한다면 가야죠"라면서 마지못해 수락했었다. 경북여고와 효성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오전 5시부터 하루를 연다. 시부모님께 먼저 인사를 드린 뒤 남편 조 후보의 체력보강에 필요한 한약과 야채즙을 준비한다. 식사 전에 서로 하루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눈뒤 각자 제 갈길을 간다. 김씨는 주로 여성수행원들과 아침 등산로 입구,재래시장, 성당, 약국, 무료급식소, 사회봉사시설 등지를 찾아다니며 조후보의 됨됨이를 알리며 고개를 숙인다. 조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는 것은물론 바닥여론도 수렴해 전략수립에 기여한다. 3일 오전에는 수성구의 한음식점에서 경북여고.효성여대 동창회 멤버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오후에는 경상감영공원과 남문시장 상가를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합창대회에도 참석했다.

*이재용 후보 부인 강보향씨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의 부인 강보향씨(47)는 남편이 선거에 나서기 전까지는 영남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 등에 출강해오던 학자였다. 그런 그가요즘은 매일 오전 5시쯤 일어나 자정까지 표밭을 누비는, 선거운동 강도에서 결코 남편에 뒤지지 않는 선거운동원으로 변모했다.

차분하고 소탈한 성격에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려 친화력이 돋보인다는평을 받아온 강씨는 3일 오전 6시 대구 앞산공원 산책로에서 시민들에게"이재용 안사람입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한다.

강씨는 "이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되던 95년은 제 나이 39세로 '사모님'이란 소리만 들어도 어디론가 숨고 싶은 생각이 들 때입니다. 그러나 이젠아무나 붙잡고 대구를 한 번 바꿔 살려보자고 호소합니다"며 맹렬여성으로서의 풍모를 물씬 풍겼다. 강씨는 점심시간에 맞춰 대구 달성군 화원읍 소재 대구시립희망원을 찾았다. 장애인복지시설인 이곳에서는 강씨가 4년전부터 물심양면 후원해온원생이 강씨 일행을 반갑게 맞아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했다.

이어 달서구 대곡종합상가, 영선시장, 남문시장, 향교앞 기사식당, 대구문화예술회관 등 유권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다리품 유세'를 강행, '표가 있는 곳에 강씨가 있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외도'가 본업이 돼버린 이 후보의 인생행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남편은 대구시민들의 마음 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정의에 대한 갈구,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의지를 일깨워주는 장정에 나선 것 같아요. 이재용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의근 후보 부인 이명숙씨

한나라당 이의근 경북도지사후보의 부인인 이명숙씨(58)의 선거운동은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꼭 어울릴 듯하다.

민심이라는 살얼음판을 조금이라도 금가게 할까봐 첫째도 겸손, 둘째도겸손이라는 생활신조로 남편과 유권자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자세는 이의근후보의 생활철학과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는 듯 쏙 빼닮았다.

오전 5시. 남편과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하고, 손수 끓인전복죽과 성대보호용 살구씨 기름을 수행비서에게 맡긴다.

이씨는 남편을 선거전선으로 보낸 후 둘째 아들, 큰 며느리 등과 9인승승합차를 타고 경북도내 곳곳을 누빈다.

4일에는 시댁인 청도를 방문, 농협공판장에서 열린 정당연설회때 주변어른들에게 일일이 허리를 굽히면서 남편의 지지를 호소했다.

"매사를 순리적으로 생각하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이씨는 "선거운동중 이 후보의 40년간의 공직생활동안 쌓은 이미지에 흠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28년간 교직에 몸담은 이씨는 선거운동중 많은 제자들과도 조우한다. 이들을 통해 수렴한 여론을 남편에게 조언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도정운영을 좀더 잘해달라는 도민들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이 후보와 결혼한 이씨도 이제 이 후보의 그림자노릇을 하며 결혼 35주년을 맞고 있다.

따라서 95년 민선 1기때부터 발로 뛰며 이 후보를 도와온 이 씨는 어느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친 표밭전선에서 이 후보의 분신같은 베테랑핵심 선거운동원이 돼 있었다.

원도혁기자 endson@yeongnam.com /박성현기자 parksh@yeongnam.com /김신곤기자 sing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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