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당초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시민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치며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었고, 노 후보는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정을 짰었다. 그러나 노 후보측이 부산역 광장으로 응원장소를 바꾸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노 후보가 자신의 지지모임인 '노사모' 회원들과 대거 부산역 광장에 집결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이 후보측은 해운대 백사장으로 긴급히 장소를 바꿨다. 이곳에서 이 후보측은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한국전을 관람한다. 이 후보측의 관계자는 "월드컵이라는 국민적 축제의 장을 정치적 세(勢)대결 내지 정쟁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부득이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선거전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부산 경남(PK)지역을 방문, 지원유세전을 펼쳤다. 이 후보는 밀양 창녕 정당연설회에서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들어선 뒤 빈부격차가 한없이 벌어지고 서민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내가 집권하면 지방경제와 농어촌경제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특히 진해 정당연설회에서는 "나라 전체가 썩은 냄새로 진동해 얼굴을 들 수 없는데도 현 정권은 '홍보가 잘못되고 언론이 잘못 보도해 국민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6·13 지방선거를 진해혁명의 날로 만들어 현 정권에 확실한 경고를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노 후보도 경남 진주와 부산을 돌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야말로 준비된 부패정치인"이라고 비난하고 영남권에서의 '노풍(盧風)' 재점화를 시도했다.
노 후보는 이날 낮 진주 대안동 중앙시장 앞 사거리에서 열린 김두관(金斗官) 경남지사 후보 정당연설회에 참석, "요즘 놀랍게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부패정권을 심판하고 깨끗한 정권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이 후보가 그런 얘기를 꺼낼 자격이 있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국세청을 동원해 177억원을 거둬 대선자금으로 썼는데 그것은 장물취득처분행위 아니냐. 이 장물을 내놓지 않고 누구를 심판하고 부정부패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이 후보는 부정부패 친인척 비리에 관한한 준비된 후보다. 나는 완전히 깨끗하지는 않지만 이 후보 보다는 훨씬 깨끗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후 부산역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노사모 회원 1000여명과 함께 월드컵 축구 한국-폴란드전을 관람했다.
<부산=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