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막가는 비방-흑색선전 제동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40분


중앙선관위가 4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비방 흑색선전성 발언에 대한 일제조사 방침을 세운 것은 양당의 상호 비방전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중앙선관위는 3일 전체 선관위원회의를 열어 각 정당의 대표자에게 상호 비방성 발언의 자제를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발송, 사실상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관위가 양당 지도부와 대변인단의 발언 등 40여건을 비방 및 흑색선전성 발언으로 규정하는 등 전례 없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 같은 발언이 계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방 및 흑색선전성 발언 사례〓선관위가 비방 및 흑색선전성 발언사례로 제시한 40여건의 발언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 양당 지도부가 혼탁한 선거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의 “민주당은 깽판을 작심한 사람들의 모임인 것 같다. ‘깽판주의보’를 발령해야 할 상황이다” 발언 등이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또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겨냥해 “복마전 타이거풀스로부터 100만원 등 고문변호사로만 무려 월 1000만원을 벌어들인 사람이 건강보험료를 3만8000원밖에 내지 않았다”는 정두언(鄭斗彦) 부대변인의 논평도 포함됐다.

민주당의 경우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세계적 왕도둑”이라고 비난한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발언과 “이 후보의 며느리는 강남의 유한족”이라고 말한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의 발언 등이 사례에 포함됐다.

지난달 31일 부산 정당연설회에서 노 후보가 “이회창 후보는 세풍자금으로 선거자금을 썼으며, 한인옥(韓仁玉) 여사의 핸드백도 사줬다”는 발언도 비방성 발언으로 분류됐다.

▽비방공방전 차단 가능할까〓선관위가 비방 및 흑색선전성 발언에 대한 적극적인 차단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현행 선거법과 법원의 판례가 비방죄의 범죄 구성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방죄’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고 해도 행위자가 진실한 사실로 믿었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돼 있다.

이렇게 보면 비방의 경우 완전한 날조에 의한 허구의 사실을 퍼뜨려 후보자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했을 때에만 처벌대상이 되는 셈. 더욱이 법원 판례는 ‘반격권’을 보장하고 있어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역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선관위가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현재 적발한 5828건의 위법행위 중 비방 및 흑색선전은 17건에 불과하다.

적발된 17건 역시 대부분은 흑색선전 유인물을 대량으로 우편 발송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비방하는 글을 올린 사례들뿐이었고, 각 정당의 지도부나 대변인의 발언은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각 정당의 지도부나 대변인단이 앞장서 벌이는 비방전은 그동안 사실상 성역처럼 여겨져 왔던 게 현실이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비방 흑색선전성 주요 발언 사례
정당발언자(시기)발언내용



홍일화 부대변인(5.24, 성명)민주당 진념 경기지사 후보는 (자신의 병역면제사유에대해)하도 거짓말을 많이 하다보니 진 후보 자신조차 헷갈리는 것은 아닌가?
남경필 대변인(5.30, 논평)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의 경거망동이 가히 난형난제이다.
안상영 부산시장 후보선대위(5.30,성명)노무현 후보의 이런 작태는 DJ식 부산죽이기 제2탄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무자질 무자격으로 드러난 노 후보는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
이강두 정책위의장(5.30, 당내회의중)민주당은 깽판을 작심한 사람들의 모임인 것 같다. 중앙당이 흑색선전에 앞장서고 있어 ‘깽판주의보’를 발령해야 할 상황이다.
이규택원내총무(6.1,당내회의중)새천년민주당이 아니라 새천년 미친당, 미친년당이다.
남경필 대변인 (6.1, 논평)부정부패의 최후 몸통인 DJ의 양자 노무현 후보와 친자 한화갑 대표가 감히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 후보(5.30,정당연설회)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남북대화를 깽판 놓고자 하는 사람이다.
민영삼 부대변인(5.30, 논평)서민의 주머니를 털어온, 부도덕한 재벌특권 후보 이명박씨는 후보자격이 없는 만큼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
민영삼 부대변인(5.30, 논평)이회창 후보가 ‘그 대학(고려대를 지칭) 나오고도 기자가 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은 그가슈퍼울트라엘리트주의자임을보여주는망언이다.
한화갑 대표(5.30, 정당연설회)세금을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후보와 안기부 자금을 총선자금으로 쓴 정당이 누구냐. 세계적 왕도둑에게는 한 표도 줘선 안 된다.
김현미 부대변인(6.1, 논평) 막말 대표선수 이회창 후보는 정계를 은퇴하라. 노무현 후보를 비난하려거든,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더러운 입부터 씻고 와라.
이용범 부대변인(6.1, 논평)부정하게 빼앗은 돈으로 수백만원짜리 핸드백을 사서 돌리고, 부적절한 애인의 뒷돈을 대기까지 했던 사람들이 한나라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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